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글을 마무리하는 방법은 뭐가 좋을까? 이 시국에? 일본 이야기를 꺼내는 건 조금 조심스럽지만, 일본 드라마는 ‘기-승-전-교훈’으로 끝나는 드라마가 많다. 사실 좋아하는 배우의 작품을 제외하고 그렇게 많은 일본 드라마를 본 건 아니라서 모든 작품에 이런 내용이 적용될 수 있다는 일반화를 시키는 건 안될 일이지만 그동안 봐왔던 작품들과 인터넷발 소식을 빌리자면 그런 경향이 있다. 그럼 반대로 우리나라 드라마는 어떨까? 흔히 우리나라 드라마는 ‘기-승-전-연애’라고 한다. 무슨 내용으로 시작했든지 간에 연애 이야기가 빠질 수가 없고 대부분의 작품은 연애로 끝을 맺곤 한다. 이런 일반화 또한 모든 한국 드라마를 보고 분석한 자료가 아니기에 무조건 신뢰할 순 없겠지만 그동안 접했던 한국 드라마에 연애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던 드라마는 정말 손에 꼽을.. 더보기
우산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쏴아아아아" 점심을 먹으러 회사 로비로 내려와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하늘에서는 매우 거대한 빗줄기가 쏟아져 내려왔다. 내 손에 들고 있는 오래된 3단 우산, 이 우산을 쓰고 저 빗속을 가로지를 것인가, 아니면 그냥 좀 기다렸다가 비가 그치면 나갈 것인가, 잠깐의 고민을 하고 있는 동안 어느새 빗줄기는 점차 줄어들었고 그렇게 점심을 먹기 위해 로비를 벗어났다. 손에 들려진 3단 우산, 언제였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부터 나와 함께 하고 있는 매우 오래된 물건이다. 비가 오거나 혹은 비가 오지 않더라도 항상 가방에 챙겨 다니기 때문에 내 가방의 무게는 항상 이 우산의 무게가 더해져 있었고, 그 기간 또한 매우 오래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듯하다. 언젠가부터 우산을 항상 가방에 넣고 다녔을까 하는 물.. 더보기
꾸준함은 “기다리지” 않는다 “내일부터 다이어트 시작이야!” “진짜 다음 달부터 운동 열심히 할 거야” 무언가 해보겠다고 다짐하고 결심하는 것에는 항상 조건이 따라붙는다. 그 조건이라는 건 대부분 시간과 관련된 것들이 많은데 짧게는 ‘내일’, 길게는 ‘다음 달’, ‘새해’와 같은 것들이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매일 짧더라도 조금씩 글을 남겨보자고 다짐했지만 그리 쉽지 않다. 단순히 아무 생각이나 적기에는 이래도 될까 하는 마음이 들고 이와 반대로 거창하게 뭔가 써 보겠어!라고 하면 막상 부담감에 진도가 나가지 않는 일이 많이 있다. 비슷하게 시간이나 시점도 동일한 것 같다. 하던 일을 끝내고, 100% 글쓰기만을 위한 시간을 투자하여 글을 쓰겠다고 생각하면 그 시간을 만들어 내기까지 온갖 유혹과 게으름이 결국엔 그 시간은 만들어 내지.. 더보기
에스컬레이터에서 걷지 않을 이유 “다음 열차 도착까지 6분 전” 출근시간까지 30분도 남지 않은 아침, 지하철 개찰구에 붙은 전광판에 숫자는 야속하게도 6분이란 숫자를 나타내고 있었다. 여기는 7호선 어느 역. 출입구까지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는 도대체 왜 이렇게 땅을 깊게 파 놓은 걸까 하는 생각을 매번 하게 할 만큼 깊었고 멍하니 에스컬레이터에 서서 하염없이 땅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나를 보고 있자니 오만가지 잡생각이 떠올랐다. 매일 아침 출근 시간, 지하철 전광판은 열차 도착시간을 알려준다. 곧 도착 예정이거나 전역이거나, 혹은 전 전역이거나. 대충 개찰구와 입구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나는 가끔은 걷거나, 가끔은 서 있거나, 혹은 계단을 이용해 미친 듯이 뛰어 내려가곤 한다. 그래 결국 지하철이 무슨 잘못이 있.. 더보기
변하지 않는 이유 중, 고등학교 시절에 입던 교복을 벗고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대학생활을 보낸 뒤 취업을 한 회사는 여전히 캐주얼 복장으로 입고 다녀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회사였다. 오히려 ‘자사 옷 입기’라는 사내 문화를 이야기한 탓에 정장을 입고 다니는 사람은 사내에 손꼽을 정도였다. 어느새 시간은 흘러 사회생활 수년 차가 된 지금, 여전히 정장은 나에게 어색한 복장이고 청바지에 운동화, 티셔츠와 백팩을 메고 출근길에 나선다. 비가 내리는 아침이라 그런 걸까? 개강이 시작된 시즌을 즈음하여 출근길 마을버스에는 사람들이 많이 올라탔다. 더 일찍 나오지 못했던 나를 탓하고 있던 가운데 문득 캐주얼 복장과 정장을 입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대학생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와 지금, 아침 등굣길과 출근길, 버스를 올라타고 지하.. 더보기
내가 걷는 거리의 반경 복잡한 출근길 아침, 마을버스에서 내려 지하철로 환승하러 가는 길에 문득 방탄소년단 가방을 메고 양팔을 매우 넓게 휘저으면 걸어가던 앞에 학생 덕분에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 분명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었을 테고 그저 본인은 인지하지고 못했을 테지만 누군가 옆을 지나간 사이 (그건 나였다.) 그 학생 팔의 궤적은 좁아져 있었다. “내가 걷는 거리의 반경”은 어느 정도일까? 학생 옆을 스치던 순간, 머릿속에 불현듯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누구나 길을 걸으며 주변 사람들과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걷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경험하곤 한다. 말끔히 샤워를 마치고 집을 나선 날씨가 매우 상쾌한 어느 날 아침 출근길, 길을 걷던 내 앞에 담배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앞서 걷고 있.. 더보기
어색한 연락의 의미 ‘카톡!’ 나른하게 늦잠을 즐기던 어느 한가한 주말 아침, 평소 같으면 울릴 일이 없는 카톡이 아침부터 울려왔다.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세요??” 카톡을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대학 후배. 3년 전인가, 4년 전인가, 같은 대학교 선배 결혼식장에서 본 이후로 언제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언젠가 한 번은 더 만났으려나? 사실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평소에 개인적인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도 아니었기 때문에 카톡을 확인한 후 순간적인 직감이 뇌리를 스쳤다. “응~~~ 오랜만이네” 정말 나 다운 대답이다, 짧은 대답 이후 결혼하냐는 질문을 하려던 순간 후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010-xxxx-xxxx’ 이름도 저장되어 있지 않은 전화번호는 평소 통화 한번 없었던 그동안의 거리를 나타내기에 충분했다. .. 더보기
과자 종합선물세트 ‘종합 선물 세트’, 요즘 시대엔 쉽게 접하지 못하는 단어일 테지만 과거 내가 어렸을 때는 커다란 박스에 다양한 종류의 과자를 넣어서 포장된’ 과자 종합 선물 세트’가 있었다. 친척들이나 누군가 집에 방문할 때엔 가끔씩 그 과자 종합 선물세트가 집에 들어왔고 이윽고 얼마간의 풍족한 과자는 어린 시절에 매우 설레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여러 가지 과자가 들어있는 그 박스 안에는 과자도 있었지만 사탕도 들어 있었는데 사탕은 뭔가 할머니, 할아버지의 차지가 되었고, 양이 적고 초콜릿이 들어 있던 과자는 그 안에서도 늘 인기를 차지하는 품목 중 하나였다. 요즘엔 마트를 가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다양한 과자들 속에서 선택 장애가 올 만도 하지만 어린 시절의 과자 선물 세트는 마트 한쪽 벽면보다도 더 크게 다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