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출퇴근길 회사원의 상념

과자 종합선물세트

   ‘종합 선물 세트’, 요즘 시대엔 쉽게 접하지 못하는 단어일 테지만 과거 내가 어렸을 때는 커다란 박스에 다양한 종류의 과자를 넣어서 포장된’ 과자 종합 선물 세트’가 있었다. 친척들이나 누군가 집에 방문할 때엔 가끔씩 그 과자 종합 선물세트가 집에 들어왔고 이윽고 얼마간의 풍족한 과자는 어린 시절에 매우 설레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여러 가지 과자가 들어있는 그 박스 안에는 과자도 있었지만 사탕도 들어 있었는데 사탕은 뭔가 할머니, 할아버지의 차지가 되었고, 양이 적고 초콜릿이 들어 있던 과자는 그 안에서도 늘 인기를 차지하는 품목 중 하나였다. 요즘엔 마트를 가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다양한 과자들 속에서 선택 장애가 올 만도 하지만 어린 시절의 과자 선물 세트는 마트 한쪽 벽면보다도 더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요즘엔 과자를 거의 먹지 않으니 마트를 가더라도 특별히 과자를 먹어볼까 생각이 들지 않는 이상 과자가 있는 코너에는 가질 않는다. 요즘에 무슨 과자가 새로 나왔는지, 어떤 과자가 있는지 알 길이 없어진 지가 꽤 지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관심이 없어졌던 사이에도 단독 코너를 가득 채울 만큼 종류가 많아진 국내 과자는 한때는 질소 포장 이슈로 인해 질소 과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고 또 그와 동시에 수입과자 대거 등장으로 인해 수입과자들과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을 하고 있는 형국이 되었다.

 

   어린 시절 그 좁았던 과자 선물 세트 안에서도 좋아해서 선택되는 과자가 있었고, 아니면 끝까지 남아 있거나 혹은 이미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넘어가버린 사탕처럼 선택되는 순서는 제각기 달랐다. 요즘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의 과자처럼 어린 시절, 학창 시절이라는 작은 박스에 담겨있을 때도 물론 경쟁 속에 살았을 테지만, 졸업하고 사회라는 넓은 곳으로 나오게 되면 온갖 세상의 과자들과 경쟁을 해서 살아가야 하고, 흔히 ‘새우깡’, ‘초코파이’처럼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인 자들과의 경쟁에서 자기의 존재를 드러내야 하는 신생, 흙 수저 과자 같은 삶을 살아가는 경우엔 시장의 장벽은 그리 호락호락 않을 것이다.

 

   다만 경쟁이 힘들고 삶이 고단하다고 하더라도 질소 과자만은 되지 말자.

 

  내 안에 과자를 가득 채우고 누가 선택하고 열어보더라도 만족감을 줄 수 있도록 해야지, 먹지도 못하는 질소로 가득 채워진 채  한강에 뗏목이 되어 둥둥 떠다니는 존재가 되진 않아야지 않겠는가

 

#Photo by Tanaphong Toochinda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