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출퇴근길 회사원의 상념

먹지마세요, 계단에 양보하세요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몇 년 전 모 화장품 광고에서 봤던 문구가 있었다. 피부도 좋은 걸 먹어야(?) 한다는 콘셉트로 광고를 했었는데 저 문구가 상당히 많은 인상을 남겼었다.

지금 내 자리는 이 회사 건물의 3층에 있다. 이층 저층으로 이사를 다니다가 지금 층에 머문지도 몇 해는 지난 것 같다. 3층이다 보니 1층으로 내려갈 때나 올라올 때 주로 계단을 이용하곤 하는데 그 시간이 그리 길거나 하진 않았었다. 물론 일부러 의도한 건 아니지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하는 시간에 차라리 걷는 게 더 빠른 편이었으니 당연히 걸어 다니는 게 낫다는 결론이었다.

가끔 계단을 내려갈 때면 내려가는 동안 계단을 보고 있지 않고 핸드폰을 보면서 내려가는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가 있었다. 얼마나 바쁘면 3층 계단을 내려가는 그 순간까지도 핸드폰을 붙잡고 메시지를 확인하고 연락을 하고 있는 걸까 생각이 들다가도, 핸드폰만 보고 내려가기엔 생각보다 위험한 것이 계단이라 위태로워 보이기도 했다. 또 가끔은 그런 사람들 뒤에 서서 뒤따라 내려갈 때면 세상모르고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앞사람이 답답하기도 했다.

“한눈팔지 마세요, 계단에 양보하세요”
지난 광고 문구처럼,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대학생 시절 밤에 계단을 내려가다 오른쪽 발목을 정말 심하게 접질린 경험이 있는데 단순히 발목을 삐었다고 표현하기에는 뼈만 안 부러졌지 말 그대로 아작(?)이 났었다. 덕분에 거의 반년을 고생을 하며 다녔다. 또 어느 날은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던 중 핸드폰을 보고 문자에 답장을 하려다가 또 발목을 접질렸는데 다행히 이번엔 왼쪽 발목이었다. 그렇게 양쪽 발목을 모두 다 다치고 나니 계단 내려가는데 트라우마가 생겨버렸다. 세월은 흘렀지만 지금도 계단을 조금이라도 빠르게 내려갈 때면 항상 손잡이를 잡고 내려가고 지하철 계단을 내려갈 때 급하다며 두 개씩 뛰어내려 가는 사람을 볼 때면 아찔한 기분이 들곤 했다.

물론 가끔은 나도 핸드폰 메시지를 확인하며 계단을 걸어 내려가긴 하지만 화면을 닫고 한눈팔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작 3층 계단을 오르내리는 시간인데 이 짧은 시간마저 여유를 부릴 순 없는 건가 라는 생각에 일부러 그렇기도 하고, 아무래도 조심하라며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을 하는 것 같다.

몸에 좋은걸 피부에도 양보하듯, 혹시 모를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거나, 답답해하며 뒤따르고 있을 뒷사람을 위해 당신의 시선을 한 번쯤은 계단에게 양보해보는 건 어떨까?

 

#Photo by Engin Yapici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