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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에스컬레이터에서 걷지 않을 이유 “다음 열차 도착까지 6분 전” 출근시간까지 30분도 남지 않은 아침, 지하철 개찰구에 붙은 전광판에 숫자는 야속하게도 6분이란 숫자를 나타내고 있었다. 여기는 7호선 어느 역. 출입구까지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는 도대체 왜 이렇게 땅을 깊게 파 놓은 걸까 하는 생각을 매번 하게 할 만큼 깊었고 멍하니 에스컬레이터에 서서 하염없이 땅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나를 보고 있자니 오만가지 잡생각이 떠올랐다. 매일 아침 출근 시간, 지하철 전광판은 열차 도착시간을 알려준다. 곧 도착 예정이거나 전역이거나, 혹은 전 전역이거나. 대충 개찰구와 입구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나는 가끔은 걷거나, 가끔은 서 있거나, 혹은 계단을 이용해 미친 듯이 뛰어 내려가곤 한다. 그래 결국 지하철이 무슨 잘못이 있.. 더보기
변하지 않는 이유 중, 고등학교 시절에 입던 교복을 벗고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대학생활을 보낸 뒤 취업을 한 회사는 여전히 캐주얼 복장으로 입고 다녀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회사였다. 오히려 ‘자사 옷 입기’라는 사내 문화를 이야기한 탓에 정장을 입고 다니는 사람은 사내에 손꼽을 정도였다. 어느새 시간은 흘러 사회생활 수년 차가 된 지금, 여전히 정장은 나에게 어색한 복장이고 청바지에 운동화, 티셔츠와 백팩을 메고 출근길에 나선다. 비가 내리는 아침이라 그런 걸까? 개강이 시작된 시즌을 즈음하여 출근길 마을버스에는 사람들이 많이 올라탔다. 더 일찍 나오지 못했던 나를 탓하고 있던 가운데 문득 캐주얼 복장과 정장을 입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대학생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와 지금, 아침 등굣길과 출근길, 버스를 올라타고 지하.. 더보기
내가 걷는 거리의 반경 복잡한 출근길 아침, 마을버스에서 내려 지하철로 환승하러 가는 길에 문득 방탄소년단 가방을 메고 양팔을 매우 넓게 휘저으면 걸어가던 앞에 학생 덕분에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 분명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었을 테고 그저 본인은 인지하지고 못했을 테지만 누군가 옆을 지나간 사이 (그건 나였다.) 그 학생 팔의 궤적은 좁아져 있었다. “내가 걷는 거리의 반경”은 어느 정도일까? 학생 옆을 스치던 순간, 머릿속에 불현듯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누구나 길을 걸으며 주변 사람들과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걷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경험하곤 한다. 말끔히 샤워를 마치고 집을 나선 날씨가 매우 상쾌한 어느 날 아침 출근길, 길을 걷던 내 앞에 담배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앞서 걷고 있.. 더보기
먹지마세요, 계단에 양보하세요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몇 년 전 모 화장품 광고에서 봤던 문구가 있었다. 피부도 좋은 걸 먹어야(?) 한다는 콘셉트로 광고를 했었는데 저 문구가 상당히 많은 인상을 남겼었다. 지금 내 자리는 이 회사 건물의 3층에 있다. 이층 저층으로 이사를 다니다가 지금 층에 머문지도 몇 해는 지난 것 같다. 3층이다 보니 1층으로 내려갈 때나 올라올 때 주로 계단을 이용하곤 하는데 그 시간이 그리 길거나 하진 않았었다. 물론 일부러 의도한 건 아니지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하는 시간에 차라리 걷는 게 더 빠른 편이었으니 당연히 걸어 다니는 게 낫다는 결론이었다. 가끔 계단을 내려갈 때면 내려가는 동안 계단을 보고 있지 않고 핸드폰을 보면서 내려가는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가 있었다. 얼마나 바쁘면 3층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