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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 회사원의 상념

내가 걷는 거리의 반경

   복잡한 출근길 아침, 마을버스에서 내려 지하철로 환승하러 가는 길에 문득 방탄소년단 가방을 메고 양팔을 매우 넓게 휘저으면 걸어가던 앞에 학생 덕분에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

 

 분명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었을 테고 그저 본인은 인지하지고 못했을 테지만 누군가 옆을 지나간 사이 (그건 나였다.) 그 학생 팔의 궤적은 좁아져 있었다.

 

   “내가 걷는 거리의 반경”은 어느 정도일까? 학생 옆을 스치던 순간, 머릿속에 불현듯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누구나 길을 걸으며 주변 사람들과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걷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경험하곤 한다.

 

   말끔히 샤워를 마치고 집을 나선 날씨가 매우 상쾌한 어느 날 아침 출근길, 길을 걷던 내 앞에 담배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앞서 걷고 있던 사람이 물고 있던 담배는 뒤에 아무 생각 없이 새벽 공기를 즐기고 있던 나에게 담배 냄새를 전해주었다. 결국 한참을 서서 앞사람과의 거리를 떨어뜨리고 나서야 발걸음을 떼곤 했다. 이런 경우에 내 앞에 사람이 차지해버린 이 거리의 반경은 얼마나 될까? 내가 흡연자이거나 혹은 담배 냄새에 민감하지 않았더라면 무시하고 걸어갔을 수도 있었을 테지만 그렇지 않았던 덕분에 공기 속에 담배 냄새가 흩어지던 그만큼의 공간은 내가 다가갈 수 없는 앞선 사람의 반경이 되어버렸다.

 

   보통은 에스컬레이터에서 잘 걷지 않는다. 다만 급한 일이 있거나 도착까지 몇 분 남지 않은 지하철을 볼 때면 어쩔 수 없이 빠르게 걷게 된다. 이런 경우에 앞에 서 있는 사람의 걸음은 급한 마음에 뒤따르는 나의 보폭을 좌우하게 한다. 사실 역설적이긴 해도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를 마음속으로 지지하고 있는 나지만 이런 순간에는 “아... 이럴 거면 그냥 옆에 서 있지...”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 외에도 핸드폰을 보며 앞, 뒤 신경 쓰지 않고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사람 뒤를 따라 걷는다거나 할 때면 앞사람의 반경에서 어서 벗어나고만 싶었다.

 

   물론 나 또한 누군가와 함께 걷는 이 거리에서 자유롭진 않았을 것이다.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불편함을 주기도 했었을 테고, 누군가의 앞길을 막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내가 걷는 거리의 반경이란 결국 다른 사람이 느끼는 거리와 상대적으로 작용하고 있었을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앞만 보고 걸어가고 있다가 나 자신을 돌아보고 주변을 한번 돌아보면 어떨까, 아무도 없는 길을 나 홀로 걷고 있던 모습과, 혼잡한 길 한복판에서의 내 모습은 너무나 다른 상황 속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Photo by Timon Studler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