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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 회사원의 상념

변하지 않는 이유

   중, 고등학교 시절에 입던 교복을 벗고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대학생활을 보낸 뒤 취업을 한 회사는 여전히 캐주얼 복장으로 입고 다녀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회사였다. 오히려 ‘자사 옷 입기’라는 사내 문화를 이야기한 탓에 정장을 입고 다니는 사람은 사내에 손꼽을 정도였다.

 

   어느새 시간은 흘러 사회생활 수년 차가 된 지금, 여전히 정장은 나에게 어색한 복장이고 청바지에 운동화, 티셔츠와 백팩을 메고 출근길에 나선다.

 

   비가 내리는 아침이라 그런 걸까? 개강이 시작된 시즌을 즈음하여 출근길 마을버스에는 사람들이 많이 올라탔다. 더 일찍 나오지 못했던 나를 탓하고 있던 가운데 문득 캐주얼 복장과 정장을 입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대학생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와 지금, 아침 등굣길과 출근길, 버스를 올라타고 지하철을 타고, 복장 또한 청바지에 백팩을 둘러멘 나는 아직도 변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제 그 어느 곳에도 어울리지 않는 기분이다.

 

   “평범하게 산다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야.”

 

흔히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면 나오는 이야기다. 지금보다는 훨씬 어렸던 시절, 수능이 끝나면 대학을 가고, 졸업하면 취업해서 직장에 다니고, 차를 사고 집도 사고, 결혼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나에겐 막상 원하는 대학교에 입학한다는 것 자체부터 쉽지 않은 일이었고, 대학을 졸업할 때쯤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취업 전쟁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결국 시간은 흐르고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내 생활도 변해갔으나 흔히 쉽게 말하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문득 나 자신을 돌아봤을 때 변하지 않았다고 느끼는 건 대학시절의 나와 같은 캐주얼 차림의 복장 때문인 것일까? 아니면 아직도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나이 들어버린 나의 단순한 희망사항 일지도 모르겠다.

 

#Photo by Scott Webb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