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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 회사원의 상념

어색한 연락의 의미

 ‘카톡!’

  나른하게 늦잠을 즐기던 어느 한가한 주말 아침, 평소 같으면 울릴 일이 없는 카톡이 아침부터 울려왔다.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세요??”

  카톡을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대학 후배. 3년 전인가, 4년 전인가, 같은 대학교 선배 결혼식장에서 본 이후로 언제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언젠가 한 번은 더 만났으려나? 사실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평소에 개인적인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도 아니었기 때문에 카톡을 확인한 후 순간적인 직감이 뇌리를 스쳤다.

“응~~~ 오랜만이네”

정말 나 다운 대답이다, 짧은 대답 이후 결혼하냐는 질문을 하려던 순간 후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010-xxxx-xxxx’ 이름도 저장되어 있지 않은 전화번호는 평소 통화 한번 없었던 그동안의 거리를 나타내기에 충분했다.

“너는 뭐 좋은 소식 없어?”

  간단한 인사가 오가고 난 후 후배에게 먼저 물었다. 직접적인 용건을 묻진 않았지만 이 어색한 오랜만의 연락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이미 짐작하고 있었으리라.

“사실 저 결혼해요 그래서 연락드렸어요...”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후배의 대답과 함께 멋쩍어하는 얼굴이 상상이 되었다. 축하인사를 나누고 다른 지인들의 안부도 함께 물으며 통화는 마무리되었다. 평소 함께 알고 지내던 지인들에게도 연락하고 다 함께 얼굴 한번 보자는 말과 함께.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평소 자주 연락이 닿지 않았던 지인의 연락은 자연스럽게 결혼 이야기로 이어졌다. 물론 오랜만에 연락되어 반가운 사람도 있었고 ‘나한테 왜?’라는 조금은 불편한 물음이 들게 하는 사람 또한 있었다. 요즘은 시대가 변해서 모바일 청첩장만 툭하니 보내주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렇게 전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 짧은 어색한 통화조차 감내할 수 없는 사이에 축하인사는 카톡 답장만으로 족하다는 생각을 나 또한 하곤 했었다.

 

  하지만 그때보단 더 나이를 먹은 지금에 오랜만에 연락 온 후배의 결혼 소식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언젠가 요즘엔 왜 이렇게 결혼식이나 장례식 소식이 없냐며, 그럴 때나 되어야 주변 지인들 얼굴 보며 모인다고 하시던 어르신의 말씀이 떠올랐다. 친구밖에 모르며 어울려 다니던 20대를 지나 어느새 결혼하여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는 지인들이 하나, 둘 늘어갔고, 배우자가 있고 아이가 있으면 선뜻 먼저 연락하기도 자주 만나기도 어려운 상황이 자연스럽게 되어버렸다. 다들 각자의 삶이, 가족이 그 무엇보다도 우선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나 또한 바쁘다는 삶을 핑계로 주변 사람들에게 살갑게 먼저 연락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문득 울려온 후배의 카톡 메시지는 주변 사람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짧은 시간과 함께 언젠가 나 또한 앞으로 겪어야 할 어색한 연락과 통화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시간이었다.

 

#Photo by Micheile Henderson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