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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 회사원의 상념

기다리면 되나요? "안녕하세요 ㅇㅇㅇ 고객님, 주문하신 상품이 품절로 인해 부득이하게 취소 처리되었으며, 아래와 같이 즉시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늦은 오후 정적을 깨뜨리며 핸드폰으로 문자가 하나 날아왔다. 내용은 며칠 전 주문했던 옷이 품절되었다며 환불을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미 찬바람이 불어와서 가을 옷은 입지도 못하고 겨울 코트를 꺼내 입었어야 할 판이었는데 요즘은 날씨가 따뜻해서 아직까지도 가을 옷이면 괜찮다며 버티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덕분에 미루고 있었던 가을 코트를 하나 샀는데 이게 품절이라니... 사실 이 옷은 작년에도 이미 사고 싶어서 내내 보고만 있었던 옷이었는데 그렇게 지켜보고 고민만 하다 보니 어느새 계절은 겨울로 넘어가 버렸고 사놓고 한 두 번 못 입을 것 같아 그냥 포기하고 말았.. 더보기
먹지마세요, 계단에 양보하세요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몇 년 전 모 화장품 광고에서 봤던 문구가 있었다. 피부도 좋은 걸 먹어야(?) 한다는 콘셉트로 광고를 했었는데 저 문구가 상당히 많은 인상을 남겼었다. 지금 내 자리는 이 회사 건물의 3층에 있다. 이층 저층으로 이사를 다니다가 지금 층에 머문지도 몇 해는 지난 것 같다. 3층이다 보니 1층으로 내려갈 때나 올라올 때 주로 계단을 이용하곤 하는데 그 시간이 그리 길거나 하진 않았었다. 물론 일부러 의도한 건 아니지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하는 시간에 차라리 걷는 게 더 빠른 편이었으니 당연히 걸어 다니는 게 낫다는 결론이었다. 가끔 계단을 내려갈 때면 내려가는 동안 계단을 보고 있지 않고 핸드폰을 보면서 내려가는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가 있었다. 얼마나 바쁘면 3층 .. 더보기
퇴근길에 너를 탓하다 "어라? 발이 왜 이렇게 끼는 것 같지?" 어느 날 밤 퇴근길에 발걸음을 걷고 있던 중 문득 발이 매우 불편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전에 신던 신발이 편하고 맘에 들어서 똑같은 모델로 다시 구입해서 신고 다니던 신발이었는데 그날따라 발이 불편하게 느껴지던 건 무슨 이유였을까. "같은 종류인데도 구매한 기간에 따라 차이가 좀 나는 건가?" 알 수 없는 호기심과 발이 불편하다는 생각에 이런 궁금증을 품은 의심의 눈초리로 신발을 바라보며 종종걸음으로 집에 도착했다. 며칠 후 어느 아침 출근길, 지하철을 내려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건 여기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처럼 모두가 한데 엉켜 계단을 오르고 있던 그곳, 멀찍이 앞서 오르던 무리와 떨어져 걷고 있던 발걸음 가운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라? 신발이 .. 더보기
종점입니다. 내리세요 "끼이익~" 브레이크 소음을 내며 버스가 정류장에 정지하였다. "종점입니다. 내리세요." 잠깐의 정적이 지난 후 곧 들려온 버스기사님의 외침은 핸드폰을 보며 팔려있던 정신을 붙잡게 만들었다. "응? 종점이라니? 왜 여기가 종점이라고 하는 거지? 아직 몇 정거장 지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머릿속에 물음표를 한가득 담고서 몸을 일으켜 내리면서도 왜 내려야 하는지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버스에서 내려 정류장 표지판을 한참을 들여다본 후에서야 아까 버스를 타야 했던 곳은 이쪽이 아니라 반대편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럴 수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나도 참 신기하네..." 요즘 같이 핸드폰만 열면 각종 지도에 어플로 목적지까지 가는 위치를 자세하게 알려주고, 각종 어플을 통해서 도착하는 시간까.. 더보기